<두 도시의 기억> 서울, 북경 수교 20주년 기념 교류전
북경 측에서 잡아준 숙소는 무려 30층짜리 호텔의 29층 방이었다.
나는 그렇게 높은 곳에서 잠을 잔 적이 없는 촌놈이었는데,
그 방에서 바라본 바깥의 풍경은 그와 엇비슷한 높이의 건물들이 막 자리를 잡고 있거나,
마무리 공사를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2002년, 2008년 그리고 2013년, 이렇게 세 차례 중국을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중국의 모습은 눈에 띄게 변하고 있었다.
일예로 처음 방문했을 때 도로를 가득 채웠던 자전거가
지금은 매연 가득한 차로 바뀌어 숨 막히는 정체가 답답했다.
그리고 명나라 황제 13능을 방문했을 때, 비문 없는 거대한 귀부를 보았다.
그 황제는 어린 시절 혹독한 황제 교육을 받은 트라우마로 정작 황제가 된 후,
자신을 나무라던 스승들을 제거하고 술과 여색으로 세월을 보냈기 때문에,
비문이 비어있다고 했다.
비문 없는 귀부를 보는 순간 도시에 짓눌려 생명을 다해가는 커다란 거북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 작품은 전시가 끝나고 바로 폐기시켰다.
작품을 보관할 곳도 마땅찮고 작업실도 비좁은데다 언제 또다시 유목민같이 짐을 꾸릴지 모르는 현실에 부피를 줄여야 마땅했지만, 중국을 표현해야하는 이번 전시만큼은 커다란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전시가 끝나면 소중히 만든 내 작품을 쓰레기장에 버려야 할 생각에 가슴이 무척 아렸지만 그러하지 않고서는 내가 느낀 중국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