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023202220212020
20192018201720162015
20142013201220112010
20092008200720062004

처음에는 기후위기나 이상기온,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 같은 이야기를 해양 쓰레기로 만든 무언가로 시각화 할 계획이었으나, 철 조각을 발견하면서 작업 방향이 바뀌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철조각은 오래된 어선을 갯벌에서 부수고 남은 잔해였다. 그 말뚝이나 쇠못 같은 철 조각들에 따개비나 굴 따위가 빼곡하게 달라붙어 형체를 알 수 없게 되고, 부식되며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장면이 철물에서 떠올랐다.

인공물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에서 매력을 느껴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등을 사용할 계획을 버리고 철물을 줍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물때를 못 맞춰서 허탕을 치기도 했고, 어떤 때는 썰물이 빠진 자리까지 나가 무거운 쇠파이프를 질질 끌고 오기도 했다. 비를 흠뻑 맞으며 줍기도 했고, 뻘에 빠져 당황하기도 했다. 그렇게 주워 온 철물들을 잔뜩 모아놓고 나중에 뭘 만들지 고민했다.

그러나 그 고민의 종착지는 결국 내가 요즘 하고 있는 생각들.

당진은 포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산업단지로 변모했다.

갯벌은 장기적으로 보면 무한한 자연의 보고(寶庫).

오섬 소금창고에서 장고항까지 직선거리로 대략 10KM. 그 끝이 보이지 않던 갯벌을 육지로 만들어 없던 농지를 갖게 된 어민들이 잠시 좋았을지 모르겠으나, 산업단지를 만들어 세금이 많이 걷힐지는 모르겠으나, 그래서 당진의 살림살이가 조금 더 나아졌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국에는 환경파괴이고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를 가중시킬 뿐이다.

이렇게 당진의 포구가 사라지듯, 인간이라는 존재도 사라져갈 것이다.

지난 10여 년 사이에 이상기온과 지구온난화를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모든 인류가 합심하여 코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려 애써도 모자랄 판에, 지금도 성장과 발전, 끊임없는 생산과 소비만으로 점철된 자본주의의 욕망에 인류의 미래는 안개 속에 사라져 간다.

온난화가 계속된다 해도 40억 년을 살아 낸 지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고작 20만년을 살아 온 인간이 사라질 뿐.

사라져가는 포구와 사라지는 철물, 곧 사라질 인간과 그럼에도 지속될 지구에 대한 생각.

그런 생각들이 이번 포구 작업에 스미지 않았나 싶다.

이번 작업에서 핵심은 철물에 붙은 자연물이다.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철에 자연물이 붙으며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

결국 자연이 인간보다 강하다.

그 자연물을 최대한 드러내고 싶었고, 채집한 그대로의 형상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 자연을 드러내고 유지하려면 기존 나의 스타일을 버려야 한다.

채집한 자연스런 인공물을 요리 조리 살피고 덧대며 완성해야 하기에 즉흥적인 직조방식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이 무척 즐거웠다.

공통점이라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들이 작업에 투영되는 것이다.

갯벌에서 채집한 철

지난 몇 년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코로나가 인류를 휩쓸어 삶의 방식이 바뀌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몇 일 전에는 유래없는 폭우로 많은 피해가 있었으며, 지난 겨울은 너무 따뜻해서 겨울잠에서 일찍 깬 꿀벌들이 동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러분은 모두 무탈한가?

앞으로도 무탈할거라 생각하나?

이상기후와 지구온난화로 우리가 사는 별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살기 어려워짐을 몇년 전보다 훨씬 더 체감하게 된다. 우리가 이 별에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깊어지는데, 지구 곳곳에서는 전쟁과 테러와 독재가 터져 나오고, 아직도 성장과 발전과 끊임없는 소비에 대한 이슈가 넘쳐나서 공존의 길이 묘연하게 느껴진다.

자본주의, 성장 발전주의는 인류가 공멸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 될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나로 인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

갯벌에서 채집한 철과 오브제
갯벌에서 채집한 철과 콘크리트 덩어리
갯벌에서 채집한 굴껍질과 혼합재료
갯벌에서 채집한 나무와 철
갯벌에서 채집한 철물
 1  2  
Copy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