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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수지에 채색     120x95x15cm     2015



30대 후반. 이르지 않은 나이에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갔다.

책이나 영상으로 보던 것들을 온몸으로 만나며, 그 순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았다. 그림에나 나올법한 아름다운 호텔에 묵을 때는 왠지 몸이 나른해져 침대에서 TV만 보았고, 루브르에서 마주한 명작들을 감상하기보다 주어진 시간 내에 많은 사진을 담기 위해 뛰어다닌 기억만 있을 뿐이다. 그 뒤로 한 번도 제대로 본적 없으면서 그 소중한 순간을 왜 그렇게 허비했는지 모른다.

때 내게 남은 이미지는 그림보다 화려한 액자뿐이다.

 

친구와 한잔 하며 들은 이야기는 내가 아는 이야기였다.  며칠 후, 그때의 이야기는 몇 해 전 읽은 책의 일부분이었음을 알아차리고 느낀 헛헛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세월호가 가라앉았다.

정부, 언론, 검찰, 경찰 등 미디어로 접할 수 있는 권력의 정점에 선 자들은 본질은 외면한 채 화려한 껍데기로 나의 눈과 귀를 혼란스럽게 했다.

가라앉은 아이들은 한명도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나도, 친구도, 힘이 있는 누군가도, 본질을 외면한 헛껍데기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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