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저명한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 박사는 그의 저서 “The Human Zoo"에서 풍선을 어미오리로 착각하는 새끼의 예를 들며 이미지를 통한 각인의 강력한 작용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오류에 대해 서술하였다. 편향된 시각적 인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오류는 곧 고정관념으로 고착되어 대상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법과 해석을 차단하고 ‘비둘기=평화’와 같은 일반화를 가속시킨다. 이와 같은 일반화는 범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여 보다 용이한 소통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획일적이고 배타적인 사고를 초래하기도 한다. 더구나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주변은 적극적인 각인을 목적으로 한 수많은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TV와 인터넷, 영화 등은 직, 간접적으로 무수한 광고를 끊임없이 재생하여 기업과 특정 단체 등의 상품과 이미지를 우리에게 각인시키며, 화려한 패션 잡지와 최첨단 전자제품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여 ‘뒤쳐진 자’와 ‘앞서가는 자’에 대한 이미지의 수용을 강요한다. 이렇듯 반복적이고 맹목적이며 계산적인 각인의 홍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현실을 적시하고 풍자하기 위해 나는 상반된, 또는 다수의 의미를 함유한 복수의 이미지들을 하나의 형상에 구현하였다.
각 작품이 형성하는 보편적인 이미지를 바라본 관람자는 이미 각자에게 내재된 각인의 발현을 순간적으로 경험함과 동시에 곧 작품의 내용이 제공하는 다의적 해석의 기회를 뒤이어 깨닫거나, 반대로 작품의 내용이 제공하는 이미지의 보편적 상징성으로 말미암아 형상에 주목하지 못하는 오류가 앞선 경우와 동일한 각인의 매커니즘을 통해 발생할 수도 것이다.
무수한 이미지의 범람과 반비례 되어가는 사고의 편협, 그리고 반복적 각인을 통해 형성되는 맹목적 추구가 만연한 지금을 살고 있는 현대인으로서, 나는 조심스런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풍선의 뒤를 쫓아다니는 새끼오리와 다르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