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 / 2024

생각과 사유의 상

이렇게 만들어 내는 3d작업들을 내 작품이라 여길 수 있을까? 지브러시를 만든 픽솔로지사가 없었다면 감히 구현할 수 없는 작업. 3d프린터나 cnc가공이 없다면 실현할 수 없는 작업. 너무 구태의연하고 고리타분한 고민인데 막상 나의 일상이 되고 나니, 내 것 같지 않은 내 것을 어떻게 정의 내리고 의미 부여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그동안 언감생심 생각만 간절하고 그래픽 비용에 감히 제안하지 못했던 조형물 공모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랜 기근에 목말라 하는 나를 위해 존경하는 선생님이 소개해준 조형물 작업은 단기간에 그래픽 솜씨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아내의 최후통첩을 받은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더니 꼭 그 짝이다. 지난 개인전에 출품했던 '두 사람‘을 3d로 만들어 제안했다.

심의에 떨어졌다. 작품성과 조형성 부족이란다.

여백의 형상을 발견하지도 못했을 것 같은 의심스런 심의위원들에 의해 그간 해 왔던 내 작업의 작품성과 조형성이 부정당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날려버릴 수 없기에 같은 전시에 설치했던 작품 ‘찰라’를 다시 3d로 만들어 제안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심의가 통과되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더이상 힘들게 손으로 작품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무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니 작품을 통해 나의 삶을 보여주어야 하고, 그것이 가상공간이라 할지라도 내 생각과 개념이 녹아 있어야 한다. 물론 가상공간에서만 시도하고 물질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의미 없는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제 가상공간이 현실 세계만큼이나 커져 버려 나 역시 그 공간을 외면할 수 없다.

이제는 두 개의 세계를 사는 시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