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S / 2024

2024 작가노트

June 08, 2025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가끔 나 자신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곤 한다.

그럴 때면 새로운 무언가가 떠오르곤 했는데, 이번에는 발달장애학교였다.

 

처음 마주하는 낯선 환경 속에서 의연해지려 애쓰고, 그 상황을 즐기려다 보면 내 생각과 감정, 그리고 현실이 불일치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틈새에서 나는 새로운 작품의 씨앗을 발견하곤 했다. 어쩌면 시간이 흐른 뒤 그때의 기억과 감정을 내가 조작하고 합리화하며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불일치 속에서 떠오르는 영감을 진실로 여긴다.

 

문래동의 낮과 밤이 대립하던 풍경 속에서, 나는 그림자 작업의 실마리를 찾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달리는 듯한 막막함은 나를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끌었다. 장애인과 쉼터 아이들을 만나며 시작한 여백 작업은 내가 간과하고 외면했던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이 더 이상 소외되지 않도록, 내 작업이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리 몰아세워도 마지막 수업까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그 공간에 있던 장난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장난감을 통해 키네틱 작업이라는 새로운 작업이 떠올랐다. 아주 매력적이고 묘한 느낌에 빠져들 작업이 될 것이다.

그런데 키네틱이라니.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나는 늘 마이너적인 감성을 가지고 작업해왔다.

대부분이 궁핍하고, 가끔은 비루하며, 때론 서글프기도 한 작가의 삶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 선택을 감당하며 살아왔고, 내 선택을 가족에게 강요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다 어울리지 않는 감투를 잠시 쓰게 되었고,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며 사는 작가들을 알게 되었다. 그들 중에는 내가 동경하던 이도 있었고, 지나치게 상업적이라 속으로 인정하지 않던 이도 있었으며, 평소 알고 있던 작업과 전혀 다른 공공미술을 펼치는 작가도 있었다. 그중에서 어떤 가면을 써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나도 그들처럼 풍요롭게 작업하고 싶다는 욕망.

그것이 나를 흔들고 있기에, 그간 해왔던 감정에 호소하는 깊은 이야기들. 그래서 어둡고 우울하며 그늘진 작업보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작품을 떠올리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그것이 과연 옳고 그른지를 저울질도 하지만, 결국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걸 잘 알기에 지금에 집중하며 즐길 뿐이다.

 

지금의 삶과 작업은 지나가는 순간들의 연속일 뿐이다.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언젠가는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나는 지금에 집중하며 즐기되, 쌓여 있는 노트 속 구석진 아이디어들이 다시 빛을 볼 날을 믿는다. 그때가 되면, 나는 다시 음지로 돌아가 나만의 이야기를 쓸어 담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언젠가, 오늘 내가 만나는 빛나는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