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열 때마다 평론가나 주변 작가, 미술 공부를 하신 분들께 작업 소개 글을 부탁드렸다.
의도를 꿰뚫는 통찰로 작품을 한층 나아 보이게 해 주는 글도 있었고, 따뜻한 시선으로 힘을 실어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어렵고 낯선 단어의 조합으로 몇 번을 읽어도 이해하기 힘든 글도 있었다.
작업과 글이 하나로 연결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었다.
최근 2년 동안 이른 새벽에 일어나려고 애썼고, 눈 뜨면 작업실로 내려와서 A4 한 장의 글을 썼다.
풍성한 이야기로 지면이 부족한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고의 빈곤을 뼈저리게 깨닫는 날들이었다.
좋은 글을 쓰고자 함이 아니라 내 작품을 내가 이야기해 보고 싶었던 것이기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옮겨 놓았다.
널브러진 2년간의 파편들이 과연 다른 분들이 써 주신 글보다 나의 작품을 더 잘 대변할 수 있을까?
일상을 계획하고 기록했다.
다짐과 후회만으로 점철된 이야기 중에서 가끔은 마음에 새겨질 단어가 있었고, 문장이 있었다.
여러 차례 반복된 낱말과 문장이 태도가 되어 작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빈곤한 사고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날까 두렵고 두렵지만, 나는 글보다는 작품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변명 같은 용기를 내 본다.
- 에세이 '여백의 무게' 여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