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어느 쌀쌀한 아침.

골목에 숨어 담배를 피우며 무료함을 달래던 나는 허리가 다 굽은 할머니가 지팡이에 의지해 저 멀리서부터 천천히 다가오는 걸 보고 있었다.

우연히 바라본 할머니의 힘든 걸음을 눈으로 쫒으며 ‘어딜 그렇게 열심히 가고 계신가?’ 무심코 생각했다.

느린 걸음으로 한참 만에 다가온 할머니의 뒷모습이 드러났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감춰졌던 할머니의 등 뒤에는 깡마른 손으로 움켜쥔 꽃다발이 있었다.

그제야 바라본 학교 앞 현수막.

‘졸업을 축하합니다.’

그 날은 여고 졸업식이었다.

할머니가 학교 안으로 느릿느릿 사라지는 모습은

나에게 하나의 감동적인 작품으로 느껴졌고 그 여운은 오래도록 남았다.

의외의 모습에 놀란 나는,

할머니가 되어 여러 이야기를 쏟아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