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개인전 작가노트
빛과 어둠, 낮과 밤, 삶과 죽음, 존재와 비존재, 有&無 ...
비어있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듯 빛이 꼭 어둠의 반대인 것은 아니다. 그림자가 사물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듯 어둠이라고 꼭 밤이 아니다. 죽음이 곧 끝은 아니며 살아있다고 꼭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없는 것이 有 가 될 수 있으며, 어둠이 낮으로 환원될 수 있으며, 비존재가 빛이 될 수 있는 것이 내 작업의 개념이다.
정해져 있는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변화하고, 변화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어둠이 있어야 밝음을 알고 빛이 있어야 그림자가 생기듯, 대치되어 보이는 관계의 실상은 상생이다.
나의 이번 작품들은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어느 순간 불현 듯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한 충실한 표현이다.
전시의 대표작에서 잘 드러나는 것과 같이 어느 한 순간의 통찰! 직관! 깨달음의 모습이 ‘낮과 밤’의 모습으로 표현된 것이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신을 만나는 순간’과 같이 황홀한 작업 계시의 순간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이고, ‘먼 곳을 보는 자’와 같이 위태로운 외발서기로 바람을 타는 것과 같으며,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어떤 것들과 함께 ‘하늘을 바라는 사람들’의 형상처럼 발끝으로 서있는 간절함이다.
더 넓게,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어둠. 감추고 싶은 그림자. 그것과 함께 가장 열정적인 춤인 탱고를 추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는 ‘그림자와 춤을’
삶은 예술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예술을 한다고 예술적인 삶이 살아지는 게 아니라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뜨거운 가슴으로 느끼며 표현할 때 비로소 예리하게 벼려진 날 선 작품으로 세상을 비판하고 때로는 따뜻한 얘기들로 서로를 감싸 안을 수 있는 예술의 삶이 열릴 것이다. 우리의 삶이 매일 매일 더욱 더 그러하기를 바라본다.
2017년 5월 9일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