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31, 2012
2012 전시서문 / 형상 혹은 환영phantom의 유희들: 새로운 감각의 논리를 향해 - 백용성
형상 혹은 환영phantom의 유희들: 새로운 감각의 논리를 향해
 
백용성 (철학, 미학)
안경진 작가의 이번 전시작품들은 이전 전시의 작업들과 긴밀한 연관을 갖는다. 그것들은 먼저, 일종의 구상적 조형들의 유희들이다. 이전 작업이 빛과 그림자의 유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작업은 조형성 자체의 그것에 집중한다. 그것은 또 어떤 의미에서 빛 - 그림자의 기체적인 공간으로부터 물질적이고 조형적인 공간으로의 회귀 혹은 변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그의 작업들과 더불어 전통적인 조각의 공간으로 되돌아오게 된 것인가? 전혀 아니다. 내가 보기에 그의 조형적 언어는 오래전부터 전통을 벗어났다. 즉 우리는 순수 회화적 공간처럼 순수 조각적 공간이 있어서, 우리의 무사심한 관조를 기다리는 그러한 조각품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요지경>이란 작품의 경우가 그 이행을 잘 보여준다. 하나의 작품이라면 그것은 충분히 전통적인 부조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중의 비틀림을 수행한다. 각 작품은 뱃지와 구상적 얼굴들로 전체 뱃지의 형태를 빗어내고, 동시에 다른 표정들이 담겨진 뱃지를 배치함으로써 그는 ‘연극적’ 상황을 만들어 낸다. 다른 작품들도 각각 익숙한 구상들을 보여주지만 그 역시 게스탈트(Gestalt) 심리학의 형태들처럼 이중적 구상들을 보여준다. 이것은 A이기도 하면서 B이기도 하는 동일률의 붕괴를 만들어내는 사태이다.
예를 들어 작품 ‘원형의 폐허’는 무릎을 꿇은 한 병사의 이미지이다. 육중한 물질감과 존재감을 통해 우리는 그것을 식별할 수 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해골이라는 B의 이미지가 출현한다. 이러한 이행과 변형은 시각적, 촉각적 감각의 변용과 더불어 진행된다.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환영의 경험을 줄 수 있다. 더구나 그 경험은 단순히 시각적인 ‘재미’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종이위에 있는 형태들이 아니라 구체적 신체의 현존과 더불어 일어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작품은 처참한 실존의 외로움이라든가, 존재의 실존성으로 우리의 몸을 주파할지도 모른다. 관객들은 이와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이와 유사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의 변용과 변형 즉각적인 이행은 문제적 페르소나와 상징적 형상들의 내면이나 깊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표면의 효과로서 출현한다. 이러한 효과의 의미는 무엇일까? 작품들은 그 본질의 현현도, 본질과 현상의 괴리가 아니라 환영자체의 유희들로 우리를 이끈다.
따라서 우리는 촉각적, 실존적 환영들의 존재에 대해 말할 수 있다. 눈앞에 현존하고 있지만 알려진 어떤 정체성으로 되돌릴 수 없는 그러한 비-동일성의 사태. 그리하여 나타나는 환영 효과. 그것은 어떤 제 3의 힘을 불러들이는 것일까? 혹 그것은 이 질서 잡힌 세계를 운용하는 부계적인 원리들을 비틀고, 그 부계적 정체성들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대로 모방적으로 반복하는 게 아니라, 차라리 비-모방의 반복을 반복하는 서자(庶子)의 사유를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유일하게 이중의 형상을 갖지 않은, 여성적인 것의 상징이었던 <비너스>는 오히려 알려진 그 육체성을 사라지게 하면서 가녀린 선들에 의해서 희미하게 그 무엇을 현존케 하는 게 아닐까?
남성성과 여성성, 지배와 피지배 - 그러한 이분법적 구획을 강제하는 부계적 원리. 알려진 형상과 또 달리 알려진 형상의 동시화, 환영화를 통한 이분법으로부터의 탈주 경향. 작가의 조형언어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러한 구획된 이분법을 넘어서는 경계에서, 새로운 감각의 논리로 향하는 문턱에서 성립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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