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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순간

50x50x30cm     합성수지, 스테인레스     2023


20x25x44cm     합성수지, 스테인레스     2024

3D 작업이라는 건 현실이 아닌 가상공간에 작품을 부려놓는 것이고, 나는 단지 언젠가는 현실에서 구현될 거라는 믿음만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 섣부르게 그 세계에 힘 쏟지 말고, 지금 작업에 열중해야지 싶었다.

하지만 3D 그래픽으로 작업하면 현실 세계에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있다. 만들어 둔 작품들을 하드 케이스 하나에 담으면 그만이니, 쌓여 가는 작품에 좁아지는 작업실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작업이 안 풀리면 접어뒀다가 다시 꺼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도 있어, 흙이 굳거나 어는 등 계절의 변화를 신경 쓸 필요도 없고, 크기 조절도 맘대로다. 흙으로 하는 작업은 재미있지만 캐스팅이 고되고 더디다. 내 몸이 거부하는 재료를 다루며 육체적 고통을 매번 반복해야 한다.

3D는 이런 면에서 현실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내 손은 많이 거칠어져 손가락 마디마디가 울퉁불퉁 튀어나왔고, 조금씩 보기 싫게 휘어졌다. 오른손 약지의 뼈마디가 불뚝 솟아 병원에 갔더니, 손을 많이 써서 뼈가 자랐단다. 한 해 한 해 손은 더 거칠어지고 휘어가며 미세한 떨림도 멈추지 않는다

38x33x70cm     합성수지, 스테인레스     2024

50x45x200cm   합성수지, 스테인레스   2022

50x50x30cm     합성수지, 스테인레스     2023

14x12x60cm     합성수지, 스테인레스     2022

28x28x55cm     합성수지, 스테인레스     2022


아니야. 나는 흙 만지는 순간을 즐기고 물성과 교감하는 몰입의 시간을 기꺼워하기에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헤라를 들기로 했으니, 지금의 방식을 고수해야지.

배웠다.

코로나로 전시와 강의 등 대부분의 사회활동이 막혔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건설현장 노가다 외에는 별로 없어 무력감이 몰려왔으며, 온라인 환경에 익숙해져야만 했기에 매일 컴퓨터와 씨름을 하다 보니, 어느새 가상의 공간에서 흙 주무르듯 작품 만드는 프로그램을 유튜브 보면서 따라 하고 있었다.

유튜브만으론 한계가 느껴져서 유튜브에 강의 올리는 선생님을 찾아갔다.

두 달 동안 은평구까지.

왕복 4시간 반을 달려서.

60x40x28cm     합성수지, 스테인레스     2022

42x30x40cm     합성수지, 스테인레스     2022

70x40x30cm     합성수지, 스테인레스     2023

40x30x48cm     합성수지, 스테인레스     2022


현실에서 만들기 어려운 것들이 3d로는 너무 쉽게 해결된다.

예를 들면 정확한 구체나 다각형의 작업물을 현실에서 만들어 내는 것은 무척 어렵고 신경 쓰이며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런 기하학적 형상이 가상공간에선 1초 만에 해결된다.

 

코로나를 겪으며 물질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죄책감과 회의도 느껴졌다.

나를 제외하면 아무도 의미 두지 않을 작업을 위해 무수한 쓰레기만 양산한다는 죄책감.

물질을 제외한 그림자와 여백을 드러낸다면서도 끊임없이 물질을 다뤄야 하고, 한없이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는 모순.

내가 죽고 나면 작품조차 쓰레기 처리되지 않을까 싶은 걱정.

 

그러지 않기 위해 소멸되지 않을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함에도 손은 자꾸 흙이 아닌 마우스를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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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